鐵匠

철장의 기준 사이즈는 왜 18cm인가요?

철장에서 제품의 기준 사이즈를 18cm 전후로 생각하게 된 데에는, 제 개인적인 기억과 오래전 초합금 완구의 흐름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예전에 아스트로 강가, 한국에서는 짱가라고 불렸던 로봇을 만들던 시절의 일입니다. 그때 저는 지금은 작고하신 ICHI의 니시노 사장님과 자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한국 주재원 경험이 있으셨던 니시노 사장님은 저를 무척 아껴주셨고, 그 자리에서 오래전 애니메이션과 완구 업계의 여러 분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중에는 아스트로 강가의 애니메이터로 일하셨던 분도 있었고, 포피의 초합금 완구에 참여했던 엔지니어 분도 계셨습니다. 당시 포피의 금형을 맡던 공장의 하청 직원으로 시작해, 이후 포피의 정식 직원이 되었고, 반다이 인수 이후에는 반다이에서도 일하셨던 분이었습니다. 백발의 건장한 노신사였고, 그분이 들려주신 이야기는 지금도 제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분은 포피의 마징가 Z 초합금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마징가 Z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포피는 합금으로 만든 약 14cm 크기의 초합금 마징가 Z를 출시했습니다. 아이들의 손에 딱 맞는 크기였고, 예상대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을 만큼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아이들만 움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른들도 움직였습니다.

그때 포피는 이것이 어린이들만 좋아하는 완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그레이트 마징가를 출시할 때는 디럭스 DX라는 이름으로 크기를 약 18cm로 키웠다고 합니다. 설정상 그레이트 마징가가 더 큰 로봇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른의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이었다고 합니다.

아이의 손에 맞는 14cm와는 다른, 성인의 손에도 충분히 존재감 있게 느껴지는 크기. 그 지점이 18cm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크기는 당시 일본의 생활 환경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일본은 지금도 그렇지만, 지진 때문에 유리 장식장을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에는 컬렉션 전용 장식장보다 책장에 완구나 피규어를 놓는 일이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그 시절 출판만화나 소설책의 크기를 기준으로 보면, 책장의 한 칸 높이는 대략 24cm 전후였습니다.

그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면서도 작아 보이지 않는 크기. 손에 쥐었을 때 충분한 밀도감을 주면서도, 책장 한 칸에 부담 없이 놓일 수 있는 크기. 그것이 18cm에서 20cm 사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포피를 반다이가 인수한 뒤, 그 흐름을 이어받은 초합금혼의 스탠다드 사이즈가 18cm 전후였다는 것도 우연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그런 로봇 완구들을 보고 자라며, 이 사이즈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손안에 들어오지만 작지 않고, 책장 안에 들어가지만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는 크기. 제 기억 속 좋은 로봇 완구는 늘 그 정도의 감각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철장이 단순히 18cm로 제품을 만든다면, 그것은 그 시절에 대한 오마주에만 머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안에 제가 오랫동안 쌓아온 감각과 기준을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철장은 원작의 모습을 가능한 한 그대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로봇이 손에 쥐어졌을 때 조금 더 묵직하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를 바랍니다. 예상보다 조금 더 무겁게 느껴지는 밀도감, 움직일 때 손끝에 남는 라쳇 관절의 감각, 비어 있지 않은 구조에서 오는 안정감. 그런 요소들이 제가 철장에서 시도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예전에 한 유명한 요리사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먹는 것보다, 그 안에 어떤 재료가 들어 있는지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고요. 파인 다이닝에서 요리를 서빙할 때 재료와 의도를 설명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물론 철장을 파인 다이닝에 비유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왜 이 크기이고, 왜 이 무게이며, 왜 이런 움직임을 선택했는지를 알고 만지면, 그 제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철장의 18cm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손에 쥐는 감각, 책장에 놓이는 크기, 오래된 초합금 완구의 기억, 그리고 오늘의 방식으로 다시 만들고 싶은 로봇 완구의 기준이 겹쳐진 지점입니다.

저는 그 크기 안에 철장이 생각하는 밀도와 균형, 그리고 즐거움을 담고 싶습니다.

오늘은 니시노 사장님의 환한 웃음이 많이 기억나네요. 한국을 상당히 사랑하셨던 니시노 사장님, 저에게 아스트로 강가를 만들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