鐵匠

철장은 오래 쌓인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철장은 단순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며 마음속에 쌓여왔던 질문에 대한 대답에 가깝습니다.

20년 전,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지금처럼 3D 프로그램이나 3D 프린터가 발전하지 않았었습니다. 당시의 모델러들은 대부분 손으로 원형을 만들었고, 직접 도면에 치수를 재가며 하나하나 형태를 완성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렸고 불편했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감각과 손맛이 있었습니다.

이후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3D 모델링과 프린팅 기술은 제품을 훨씬 더 빠르고 정밀하게 만들 수 있게 해주었고, 업계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디테일과 복잡함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표면은 점점 더 잘게 분할되었고, 수많은 패널 라인과 정보량이 멋의 기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저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실제로 적지 않은 성공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정말 우리가 좋아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를 처음 설레게 만들었던 로봇과 피규어의 매력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지금의 P001, 그리고 철장이 추구하는 철학은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디테일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끝없이 면을 쪼개고 줄을 그어 만드는 복잡함보다, 전체적인 밸런스와 실루엣이 주는 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조금 만들기 불편하더라도 외장에 더 많은 합금을 사용하고, 극단적인 가동성을 포기하더라도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선택합니다. 비어 보이지 않는 구조,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밀도감,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균형감. 그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좋은 로봇 완구의 본질입니다.

저희는 추억을 과장해서 새롭게 바꾸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 그 모습 그대로여도 충분히 멋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P001의 첫 제품들이 기존에 제가 만들었던 CARBOTIX 라인보다 조금 더 작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 기억 속 가장 설레던 순간은, 90년대의 합금 로봇 장난감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에 가까웠습니다. 손안에 들어오지만 묵직했던 크기. 작지만 정교하고 수려했던 외형. 제 작은 방 책장 한 칸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던 그 사이즈를 저는 좋아했습니다.

언젠가부터 피규어들은 점점 더 커지고 무거워졌고, 어느새 감상 자체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철장은 다시, 제가 가장 좋아했던 그 지점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열망에서 시작된 브랜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가 느꼈던 그 설렘과 감각을, 많은 분들과 다시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